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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혈관을 보며 늘 최선의 치료법을 고민합니다" 투석혈관 혈전증 전문가를 만나다 [인터뷰]

[인터뷰] 혈관외과 전문의 권준성 원장투석치료, 적기에 시작해야…주기적인 투석혈관 점검도 중요반복적인 천자·혈류 변화, 투석혈관의 협착·혈전증 유발해구경 작고, 혈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엔지오젯...혈전제거술 부작용 낮춰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혈관'은 생명줄과도 같다. 주 2~3회 많은 양의 혈액을 몸에서 빼내 수분과 노폐물을 여과하고 다시 주입하는 투석 치료를 진행하는데, 그 통로가 바로 투석혈관이기 때문.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혈관벽의 미세손상부터 협착, 혈전증까지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혈관외과 전문의 권준성 원장(참하지외과)은 "일반 혈관과 달리 투석혈관은 혈전증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투석혈관이 망가지면 투석효율이 저하되므로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권준성 원장을 만나 투석혈관 혈전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혈관외과 전문의 권준성 원장|출처: 하이닥

q. 이름만 들어서는 낯설기도 합니다. 투석혈관 혈전증은 어떤 병인가요투석혈관 안쪽에 혈전이 생겨서 혈류 흐름이 막히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의 경우 혈액투석 치료를 하게 되는데요. 이때 투석혈관이 통로의 역할을 합니다. 몸의 혈액을 빼내서 기계로 수분과 노폐물을 여과하고, 다시 몸 안으로 집어넣는 길이 되는 것이죠. 길이 손상되고 막히면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q. 특히 투석혈관에 혈전증이 잘 생기는 원인이 있을까요투석을 위해서는 우선 바늘을 혈관 속으로 넣어야 하는데요. 이 과정 자체가 혈관벽에 미세 손상을 유발하고 협착을 부를 수 있습니다. 혈류량도 문제가 될 수 있죠. 투석혈관의 특징이 고혈류량인데요. 피가 강하게 흐르면서 혈관벽이 자극받아 혈관 내막이 증식하면 결국 혈관이 좁아지게 됩니다.이러한 미세 손상과 혈류 변화에 의한 협착은 혈류의 흐름을 저하시키고 결국 혈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 혈관의 경우 동맥경화와 같이 천천히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면, 투석혈관은 보다 빠르게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q. 투석혈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동정맥루’입니다.혈액투석에 꼭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동정맥루는 동맥과 정맥을 서로 이어 투석에 필요한 혈류량 및 바늘 천자부위를 확보하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가혈관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인조혈관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담당 의료진이 환자의 혈관상태, 전신 건강상태, 신체 활동 수준 등을 고려해 기존 혈관을 쓸지 인조혈관을 쓸지 결정합니다. 동맥과 정맥 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 바늘을 천자할 만큼 크기가 적당한지 등을 점검하죠.아무래도 자가혈관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기는 한데요. 최근에는 인조혈관도 많이 씁니다. 특히 투석이 임박한 경우라면 사용까지 시간이 덜 걸리는 인조혈관이 좋습니다. 혈관을 따지다가 투석이 늦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q. 투석을 해야 하는데 투석혈관이 미처 조성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요.자가혈관이든 인조혈관이든 수술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조혈관의 경우 수술 후 3~4주, 자가혈관으로 했다면 5~6주 정도는 지나야 투석할 수 있습니다. 당장 투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투석 도관을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목에 굵은 관을 연결해 투석하는 방식입니다.하지만, 처음부터 투석혈관으로 투석하는 것과 도관으로 시작하는 것은 생존율 차이가 큽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도관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요. 그래서 대부분 신장질환 4단계에서는 투석준비를 권고합니다.안타까운 것은 미루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죠. 투석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요. 입맛이 없고, 조금 피곤하고, 몸이 붓는 것 같은 징후들이 위험 신호로 느껴지지는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어느 순간 역치를 넘어가면 위험한 상황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투석이 꺼려지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의료진이 권고했음에도 미루는 것은 지양하면 좋겠습니다.

권원장은 투석을 미루는 환자들이 꽤 있다면서 투석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출처: 하이닥

q. 혈전뿐만 아니라 협착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앞서 말씀드린 반복적인 천자와 혈류 변화로 인해 혈관의 협착이 빈번합니다. 협착으로 인해 투석 진행이 어렵거나 피가 잘 멎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죠. 투석이 끝나고 지혈이 안 된다면 협착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조혈관의 경우 협착이 혈전증을 부르는 사례가 많습니다.가장 큰 문제는 투석 효율이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적절한 투석이 진행되지 못하면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죠. 투석혈관 검진은 필수적으로 받길 권합니다.q. 당뇨나 고혈압 같은 대사성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만성 신질환 환자의 50%는 당뇨, 20%는 고혈압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 투석 중이나 투석 후에 저혈압이 자주 생기는 경우라면 그에 대한 교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투석혈관의 개통율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q. 투석혈관이 만들어지고 협착이나 혈전증이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합니다. 사례에 비춰본다면요.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10년 이상 전혀 문제없이 지내는 분들도 있고 생각보다 빠르게 막히는 사례도 있죠. 교과서적인 수명은 자가혈관이 5년, 인조혈관은 3년입니다만, 몸 상태나 생활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평균만 믿어서는 안 되겠습니다.환자 중 대부분이 투석하는 병원에서 ‘막혔다’는 말을 듣고 내원하는 분들인데요. 인조혈관은 자가증상 없이 막힐 때도 있고요. 고령층의 경우 투석혈관에 관심이 덜하거나, 관심이 있어도 활동량이 적어 막히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실 자가혈관의 경우 혈전으로 폐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폐색 전에 협착에 의한 임상적 증상이나 징후가 비교적 잘 나타나서 그렇습니다. 반면 인조혈관은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임상 양상 없이 바로 폐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q. 치료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고 조치하는 사항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투석혈관의 전반적인 상태를 먼저 보고 협착 병변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쉽게 말해서 시술로만 가능할지, 혈관을 열어서 봐야 할지, 추가적인 수술까지 해야 할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이죠.혈전제거술이라면 어떤 방법, 즉 경피적 방식일지 수술적 방식일지를 결정하고요. 수술로 제거한 이후 풍선혈관확장술이 필요한지 혹은 우회술 같은 수술적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치료에 임합니다.

수도권 의원급에서 가장 앞서 엔지오젯을 활용한 권준성 원장. 시술 200례를 넘겼다|출처: 하이닥

q. ‘엔지오젯’이라는 기기를 주로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혈전이 제거되는 과정이 궁금한데요.특수한 혈전제거용 관이 혈전이 있는 곳을 천천히 통과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혈전을 아주 작은 크기로 분쇄하고, 흡입하는 과정을 거쳐 혈전을 몸 바깥으로 제거합니다. 기존 수동으로 제거하는 방식보다 한층 효율적이고 효과도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구경이 비교적 작다는 점도 엔지오젯의 장점입니다. 보통 혈전제거술에는 굵은 카테터를 쓰는데요. 구경이 크면 흡인력이 세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혈관벽이 손상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특히 혈관이 석회화된 부위나 구불구불한 곳에 큰 카테터가 들어가면 손상 위험이 커지는데요. 엔지오젯은 구경이 작으면서도 혈전을 잘 제거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혈관벽 손상도 적어서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혈관에 적용하기에도 부담이 덜하고요.소위 ‘흐름 용해’라고도 하는데요. 단순히 센 힘으로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혈전을 잘게 부수고 흡인해서 혈전을 효율적으로 제거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혈전제거술 중에 생길 수 있는 폐색전증, 즉 혈전이 폐로 떨어져 나가는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 혈관벽에 손상이 적어 추후 혈전 재발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보입니다.본원의 경우 수도권 기준 의원급에서 처음으로 엔지오젯을 도입했고 현재 200례를 넘겼습니다.q. 병원이나 시술 선택 시 환자가 고려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혈전제거술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진행하는 곳보다는 다양한 방법과 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마다 혈관마다 적합한 조치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전제거술 이후, 경과에 따라 수술까지 병행할 수 있는 병원이라면 추후 투석혈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혈관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가의 여부도 당연히 확인해 봐야 합니다.투석혈관은 긴 호흡으로 관리해나가야 합니다. 투석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어서 장기적인 관점의 진료가 필요한 것이죠. 이런 점에서 최근 의원급 혈관전문클리닉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니까요.대학병원의 경우 수술하는 의사, 시술하는 의사가 다른 경우도 꽤 있는데요. 가까운 혈관외과를 찾아서 한 명의 주치의와 주기적으로 본인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가는 데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도 환자에게 아무리 못해도 6개월에 한 번은 얼굴 보면서 투석혈관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가자고 말씀드립니다.